서평

[남독]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 보고서 쓰기, 야, 너두 할 수 있어

작삼심일 2021. 2. 7. 16:05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 책

대학생 시절 공대생이었던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하나 뽑으라면 미적분학도, 선형대수도, 5대 역학도, 확률 및 통계도, 수치해석도 아닌 실험과목이었다. 물론 실험 내용 자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실험 전/후로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문제였다. 실험 과정은 항상 3명에서 5명 사이의 인원이 한 조가 된다. 조교가 칠판 앞에서 오늘 할 실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고, 그 내용을 토대로 각 조는 이론과 실제 실험의 차이를 이해하며 어떻게 이론이 정립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항상 조원들의 실험을 이끄는 일종의 탐험 대장을 자처하며 같은 반의 아는 친구가 있으면 옆에 가서 알은 체를 할 정도로 나름의 내용을 빠삭하게 이해했었다. 하지만 늘 나의 보고서는 같은 조의 어지간한 친구들보다는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어떤 경우에는 좋은 선배를 만나 그 수업의 역사를 망라하는 조선실록같은 '족보'를 통해 교수님과 해당 연구실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여 조교와 교수님의 입맛에 쏙 맞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친구도 있다. 물론, 족보를 얻었다고 모든 것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정말 똑같은 보고서로 몰래 점수만 빼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족보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보고서에 잘 녹여내는 기술 또한 필요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많이 부족했었고, 대학생 시절 큰 잘못을 저질러 대학원생이 된 후에도 그 능력은 항상 나의 발목을 잡았었다. 기업 과제 회의 때는 항상 내가 가져가는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었고, 논문 회의 때는 내 부분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나마 실제 기술 구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두각을 발휘해 간신히 졸업논문을 써서 졸업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보고서를 안 써도 될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직장에서는 더 많은 보고서를 읽고 써야 한다. 내 작은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 조차 보고서 한 귀퉁이에 포함이 되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작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수백 페이지 짜리 보고서를 통해 얻어야 한다. 그 외에도 실적을 위해서는 논문, 특허와 같은 보고서와 동일한 성격을 갖는 문서를 만들 수밖에 없다. 나는 나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보고서 작성법에 대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고, 홍장표 작가님의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을 통해서 이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

보고서를 쓰기 위한 마음가짐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의 가장 앞에는 한양대 유영만 교수님의 블로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책쓰기는 애쓰기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키보드 앞에 앉기만 하면 서론부터 결론까지 순식간에 쓸 수는 없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도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굉장한 애쓰기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명이자 다작 작가로도 유명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에서는 글쓰기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는 이 책에서도 똑같이 이야기한다. 소설을 쓰던 보고서를 작성하던 그 본질이 글쓰기인 이상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놓고 애를 써야 한다. 시간을 들이고, 보고서의 방향을 잡고, 초안을 고쳐나가며, 끊임없이 작성해보며 연습을 하고, 도구의 활용법을 잘 익혀야 한다. 

보고서를 쓰기 위한 도구 활용법

이 책에서는 보고서의 종류를 크게 두가지라고 한다. 읽는 보고서와 쓰는 보고서. 읽는 보고서는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되고, 문서의 형태로 보게 된다. 보는 보고서는 파워 포인트를 통해 작성되고 누군가의 발표 시간에 스크린에 띄워진 것을 보게 된다. 즉, 각각의 보고서들은 저마다의 특징에 맞는 도구(워드, 파워 포인트, 한글)를 통해 작성된다. 그렇다면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각각의 도구 활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에서는 기본적인 한글, 워드, 그리고 파워 포인트의 기본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보고서의 작성 속도를 높이기 위한 각 프로그램들의 도구함의 세팅과 중요한 기본 단축키, 그리고 사용자 설정에 맞춘 단축키 설정 방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또한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프로그램 활용법도 알려준다. 초심자에게는 꼭 필요한 글꼴의 중요성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서식의 조절, 도형을 활용하는 법, 그리고 그래프를 활용하는 법까지 알려준다.

이러한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너무 기초적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적재적소에 활용될 만한 기능들을 소개하여 실제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보고서에서 글꼴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실제로 사용된 보고서의 예시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초심자를 위한 보고서

<실전 보고서 작성 기술>은 문장력이 풍부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한 것도 아니고, 뛰어난 논리 전개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책도 아니고, 워드나 파워 포인트를 완벽 통달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문장력에 대한 이야기는 막연하고, 논리 전개 방법론은 전무하며, 프로그램 활용법에 대한 기술은 빈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생과 같이 보고서 쓰기를 거의 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초보자에게 문장력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논리 전개 방식은 인과관계에 대해서만 알면 충분하다. 기본적인 서식과 틀 안에서 나만의 첫 보고서를 이 책을 통해 작성해 보면서 하나하나 기틀을 닦아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