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독] 마음챙김(원제: Good Morning, I Love You), 안드로메디안, 샤우나 샤피로

작삼심일 2021. 1. 23. 17:59

 

 

 

 

"나는 왜 전혀 나아지지 못하는 걸까요?" 내가 물었다.
치료사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샤우나, 인생은 자기계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마음챙김> 62p.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하나 떠올리자면, "당신은 현재 모습 그대로 완벽하지만,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나는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방향에서 압박을 받는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되어야 하고, 언제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남편이어야 하고,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는 가장이어야 하며, 어떤 문제든 잘 해결해 낼 수 있는 엔지니어이어야 한다. 시간은 한정적인데 반해 해내야만 하는 일은 정말 많은 것 같다. 샤우나 샤피로의 <마음챙김>을 읽으면서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여기서 '마음챙김'이란 뜬구름 잡는 명상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같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연민과 자비이며 명상은 그곳에 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실천할 수록 강화된다.

어렷을 적, 어머니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름 사춘기의 반항심으로 "엄마나 공부해봐!"라는 말을 하면 늘 어머니는 "난 이제 늙어서 머릿속에 안들어와."라는 말로 대답하여 말문이 막힌적이 여러번 있었다. 고작해야 10대인 내가 어머니의 나이인 40대의 머리 상태에 대해서 알 수 없었으니, 일종의 '가불기'였다. 하지만 20세기 뇌 과학이 발전한 지금! 신경 가소성은 뇌를 일생 동안 끊임없이 변화 시킨다. <마음챙김>을 읽은 지금의 나는 드디어! 어머니에게 한 소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말 하는 대신, 그때마다 단어 하나씩 외우면!"

이런 신경 가소성과 마음챙김이 과연 어떤 상관인 것 일까? 마음이란 하나의 고정된 것으로 '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고영성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는 "결국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과 내용은 우리가 과거에 읽은 것으로부터 형성된 식견과 연상에 기초된 것이다." 라고 말했다. 즉, 독서라는 간접적이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마음이라는 것은 꾸준히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에서는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진정한 마음챙김(mindfulness)라고 말한다.

마음챙김은 뜬구름 잡는 명상이나 사이비 종교 같은 것이 아니다. 불교 경전에 쓰인 팔리어로는 삼빠잔나(sampajañña)라고 한다. 이는 명확한 이해라는 뜻으로, 삶에 대해 직시하여 현명한 선택과 효과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시 말하면, 마음챙김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음챙김>에서 마음챙김에는 세가지의 기둥이 있다고 한다. 의도는 주의를 기울이려는 이유를 상기하여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주의는 관심을 현재에 머물게 해준다. 태도는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안내하는데, 특히 호의와 호기심을 품게 한다.

상황이 힘들어지면 강인한 사람은 더 자비로워진다

“자아존중감이란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위키백과”
자존감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어도, 자기 자비는 들어본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이를 처음으로 규정하고 측정한 사람은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심리학과 교수 크리스틴 네프이다. 자기 자비란 마치 곤경에 처한 친구를 대하듯 자신 스스로를 대하는 것이다 라고 크리스틴 네프 교수가 말했다. 즉,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과 호의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라는 의미이다. 이는 마치 자존감과 유사한 의미로 비추어 질 수 있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자기 자비는 자존감과 달리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의 성취에 따라서 높아질 때도, 낮아질 때도 있지만 자기 자비는 성취나 상황에 상관 없이 스스로에 대해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기 자비라는 귀중한 자원을 개발 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챙김이 필요하다. 마음챙김을 통해 현재를 명확히 인식하여 아픔을 명확히 보고, 그 아픔에 대한 위로를 해주는 비판단적 목격자 상태가 되어야 한다. 목격한 이후에는 호의를 통해 마음을 적극적으로 달래 주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고통을 없애거나 해결할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닌 그저 고통스럽기 때문에 달래는 것이다. 고통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고통이 괴로움이 되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나만 고통받는 다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통해 나 혼자만 고통받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다른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여 유대감을 통해 편안함과 침착함을 맛 볼 수 있다.
자기 자비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챙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에 대한 수행 방법이나 마음가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마음챙김>에서는 고통을 수용하여 괴로움을 선택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수행한다.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여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수행한다. 자기 자비를 위해 말한 보편적인 인간성을 통해 개인적인 관점이 아니라 객관성으로 관점 전환의 힘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수행한다. 타인에 대한 자비 없는 공감은 공감 피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자비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수행한다. 수치심이나 패배감, 자기 판단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철저한 책임감의 힘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수행한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도전적이고 전환적인 용서의 힘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수행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좋은 면 강화하기

마음챙김은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명상만이 유일한 수행방법은 아니다. 평상시에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마음챙김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감사하는 태도 관용을 기르고 타인의 좋은 면을 보고 공감의 기쁨을 느끼고 경외심과 감탄을 느끼고 호의적인 태도만으로도 마음챙김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마음챙김>에서는 말하고 있다. 또한 마음챙김을 통해서 나아지는 것은 영적인 세상만이 아니다. 성관계, 의사 결정, 직장생활, 양육과 식사 모두 지극히 육체적인 세상에서의 마음챙김은 아주 효과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마음챙김>을 읽고

<마음챙김>을 읽고나서 생각 날 때 마다 틈틈히 명상을 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어떤 날은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 2~3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날은 잔잔한 마음 속에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새 눈 떠보니 10분(지금까지는 이게 최대였다.)이 훌쩍 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 갓 시작한 마음챙김이 당장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진 않는다. 다만 <마음챙김>에서 보여준 것 처럼 과거의 집착이나 미래의 걱정이 아닌 현재를 직시하고 있는 삶을 통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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