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독] 킹세종, FIT BOOK, 조 메노스키

작삼심일 2020. 12. 18. 07:23
킹세종 더그레이트 (한글판)
국내도서
저자 : 조 메노스키(Joe Menosky) / 정윤희,정다솜,Stella Cho 외역
출판 : 핏북 2020.10.09
상세보기
"지금 우리 조선에서 사용하는 소리는 중국의 소리와 달라 한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결과 한자를 배우지 못한 일반 백성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 사연을 글로써 전달할 방법이 없다."

세종의 목소리 말고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로 그러한 사실이 과인을 슬프게 만든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면서 세종대왕을 모르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 업적을 일일이 나열하지는 못하더라도, 한글 창제에 누구보다 힘쓴 왕이라는 사실은 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조금 더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글을 창제할 집현전의 학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사실도 안다. 이러한 사실들은 참으로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실제로도 세종대왕 시대에 관한 수많은 드라마가 있고, 소설, 영화, 심지어 게임에서 조차 세종대왕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보인다.

  우리가 해외 문화를 접하게 되면 각 나라마다 있는 문화적인 특색 때문에 색다르게 다가오거나,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 메노스키의 <킹세종>은 어떠한 것들보다 더 잘 알려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라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낯선 문화를 갖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쓰인 책이다. 그 점이 조금은 낯설때가 있는데 그 중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경복궁을 묘사하는 시선과 소설 중간에 나오는 시이다.

양 한 마리가 궁궐의 복도를 홀로 걷고 있다. 깊은 밤, 달빛을 받은 궁궐은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은은한 색의 나무 기둥과 판자, 기와로 쌓아 올린 전각의 지붕, 성벽, 벽돌로 만든 통로까지 모든 것이 사람의 눈높이에 맞을 정도로 낮은 듯했다. 궁궐에는 높은 층이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은 놀라우리만치 낮고 겸손했다. 족히 수백 명에 달하는 왕족들과 신하들이 생활하고 일하는 궁궐은 더할 나위 없이 인간적인 건축물이었다. 백성들을 압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유교적인 겸손함과 올바름의 관점에서 시작해서 최대한으로 선한 조정의 모습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경복궁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도 익숙한 웅장한 모습의 경복궁을 동양의 특성에 빗대어, 특히 조선의 철학을 담아 묘사하는 장면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또한 중간에 나오는 시를 읊는 장면에서는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시를 읊는데 그 라임을 영어로 맞췄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영미권 작가의 나름대로 고충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조 메노스키의 <킹세종>은 몇 가지의 역사적인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조선의 백성들에게 문자를 만들기 위해 시체마저 손수 나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세종의 모습과, 이를 못마땅해하는 최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적인 상황마저 극도의 혼란한 상황을 만들어 극의 흡입력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나는 잠깐씩 쉬는 시간에 틈틈히 보려고 산 책을, 없는 시간도 만들어가며 읽게 만들어 주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