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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뭔가를 말하려는 듯하지만 내용물은 꽁꽁 숨겨둔 것 같은 이 제목은 호기심은 동하지만 끌어당기는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책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최승필 작가님의 <공부머리 독서 법>을 읽으면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책을 보면서 엄청난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길래, 초보 독서가들에게 이렇게 추천을 해 주는 것일까? 표지의 소년처럼 무심하게 바라보던 나는 어느 날 책방에 들러 홀린 듯이 책을 사게 되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한 것 같은 소설이다. 머리 속에 있는 아몬드 같은 편도체가 망가져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라는 소년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소설로 적기에는 너무나도 삭막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메마른 소년의 시각을 통해 객관적인 정보들은 나의 감정과 잘 버무려지면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령 주변 인물들과 부딪치면서 나타나는 상황들에 대해서 해당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객관적인 입 꼬리, 눈, 그리고 행동과 같이 객관적인 정보를 나열한다. 이런 것들이 '정보' 로써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이미지들이 내 마음속으로 직접 들어와서 내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다시 말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시선이 오히려 책을 읽는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오염되지 않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흔할 수도 있는 청소년기의 소년이 성장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책들보다 서정적이어야 할 것 같지만,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주인공이 무심하게 상황을 그려준다. 하지만 감정이 (상대적으로)풍부한 나에게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사건들을 보면서 어떤 소설보다도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최승필 작가님이 <공무머리 독서 법>에서 왜 그렇게 반복적으로 이 책을 추천해 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어떤 서정적인 책보다도 더 풍부한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색다른 시각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결코 부담스럽지 않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나도 같이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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