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만큼 경악스러운 아이 키우기
아이가 커가는 과정은 경이롭다. 뭐든 하기 싫어하는 아이와, 시키려는 부모의 싸움은 결코 뚤리지 않는 방패와, 그저 한자루의 창의 싸움같다. 나도 분명 어린아이일 시절이 있었는데, 왜 자식의 고집을 꺽을수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은 노릇이다. 나름대로의 육아법이라 생각을 하며 밥먹기 싫어 하는 아이를 달래보기도 하고, 유혹하기고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한번은 너무 짜증이 치솟아 힘으로 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이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도대체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찰나에 아내의 추천을 받아 하세가와 와카 저자의<적당히 육아법>을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육아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이 많고, 가장 본능이 지배적인 생물이다. 누구보다 본능적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론 말도 안되는 상황에 반대로 행동하기도 하고,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이미 많은 것을 알게된 어른들을 환장하게 만든다(물론 그런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랑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에 의해 내가 아이와 가장 많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바로 식사와 취침이다.
먼저 식사에 대해 말해보면, <적당히 육아법>에서 말하길 아이들은 대게 신맛이 나거나 쓴맛이 나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본능적으로 있다고 한다. 이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본능의 유전에 의한 것인데, 신맛이 나는 음식들은 상한 것일 확률이 높고 쓴맛이 나는 음식들은 독성 물질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아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음식들이 아니어도, 아이들마다 잘 먹는 음식과 절대 먹지 않으려는 음식은 모두 다른 것 같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고기류를 엄청 싫어 했었다. 오히려 더 딱딱할 것 같은 무 반찬들은 넙죽넙죽 받아먹거나 자기가 먼저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기류는 조금만 질기거나 이에 끼는 것 같으면 입에 들어오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점차 아이의 편식하는 것 같은 행동이 강해지고, 제 시간에 밥을 잘 먹지 않으려 하는 행동이 보이기 시작하니 부모의 마음이라는 변명으로 아이에게 화를 많이 냈었다. 최악이었던 것은 아마도 "엄마가 열심히 해줬는데, 네가 먹지 않으면 엄마가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말로 아이를 협박했던 것이다.
다음은 수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아이의 수면 시간이 다가오면 육퇴(육아 퇴근)후에 무엇을 할까 하며 행복한 상상과 함께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빨리 재우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적당히 육아법>에서는 밤이 되면 집안일은 제쳐두고 충분히 자라는 조언을 해준다. 이유는 명쾌하다.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신경이 예민해 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아이와 나 모두 곤두선 신경 속에서 서로 스트레스만 받는 하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육퇴 이후 맥주 한캔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른도 빨리 자야 한다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바로 아이의 슬픈 감정이 있다면 충분히 해소해주고 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경험해 본적이 있고, <적당히 육아법>에서도 등장했던 부분이다. 아이는 잠이 든 이후, 그날 있었던 강렬한 사건때문에 한번 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특히 제시간에 자지 않는다고 아이와 한참을 씨름하며 아이의 감정을 많이 상하게 한 날은 꼭 잠든 이후에 "아빠 미워!"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적당히 육아법>
약 3년 정도의 육아를 하며, 나름대로 깨닳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마침 책 제목과 동일한 적당히 육아법이다. 결국 완벽한 육아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세상 궁금한 것이 많은 아이가 관찰하고 있는 동안 마음이 급한 어른이 아이의 호기심을 꺾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수적이다. 걸음이 느린 아이를 적당히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하고, 식사 시간에 밥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는 적당히 중간중간 영양소 균형이 맞을 수 있도록 잦은 간식 시간으로 영양분을 보충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른이 기억해주면 된다. 또한 잠들기 싫어하는 것은 어른이 먼저 잘 상황을 마련하여 졸음이 쏟아질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
결국에는 적당한 육아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큰 힘이 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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