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으며 "루소 처럼 걸어라"라는 챕터를 감명깊게 읽었던 적이 있었다. 철학자들이란 책상 머리에 앉아 잉크를 잔뜩 뭍힌 펜을 들고 빈 여백의 종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왔었는데, 자연을 만끽하며 거니는 루소의 이야기를 들으며 단번에 철학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된것만 같았다. 당시에는 루소의 저서를 특별히 찾아 볼 생각은 못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시카고 대학에서 권장하는 도서 목록인 시카고 플랜을 보고 독서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였다.
대부분의 대한민국에서 기초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사회 계약론"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국가는 시민의 필요로 의해 만들어진 약속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 어렴풋 사회 수업 시간에 지나가듯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의 저자인 루소가 이후에 쓴 책 목록 중 <사회계약론>이 있다는 사실에 이번 기회에 루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는 실존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원시 사회에서의 행복한 인간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부분이다. 간단히 말하면 선을 모르기에 선할 순 없지만 악 또한 알지 못해 악하지 않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기의 인간 사회가 실제로 어떠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힘있는 자에 의해 힘없는 사람들이 좌지우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초의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겼을 때 조차도 가진자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난폭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고, 약자 또한 자신의 삶을 담보로 강자에게 비굴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2부로 넘어가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조망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루소가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상황들은 대단히 인위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기고 사회에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도 가진자와 못 가진자를 생각해 본다면, 가진자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못 가진자를 탄압하지 못하였을 것이고 못 가진자는 구태여 가진자 밑으로 머리를 숙여 자신의 자유를 헌납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가진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해 제도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들이 누리는 부는 합당하고,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강탈할 권리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 말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책은 평형 상태에 놓여있던 자연인이 어떻게 급속도로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문명인으로 추락하였는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초기의 평형 상태에서는 작은 충돌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회의 규모가 작아 미약한 요동만 있었지만, 점차 정착 문화가 전파되기 시작하고 사회의 크기가 커지면서 파동의 규모는 점차 커지게 되며 문명의 사회로 추락하고 말았다.
자연법을 어떻게 규정하든, 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마저 갖추지 못하는 판국인데 한줌의 사람들에게서는 사치품이넘쳐난다는 것은 명백히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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