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을 요람부터 무덤까지

작삼심일 2022. 1. 2. 21:01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에 대해 가르친다. 학생들에게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은 다른 과목과 다르다. 철학은 지식 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 이다

나이가 점차 들어가며 관심이 가는 책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만화나 판타지, 무협같은 가볍거나 상상력이 넘치는 공상 소설을 좋아하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책과 잠시 멀어졌다가, 취업하면서 나름의 삶을 챙길 시간이 생기기 시작하니 조금 더 본질적인(?)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하였다. 특히 철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생겼다.

어렸을 적에는 철학이라 하면 ‘골치아픈 역사’, ‘단순한 말장난’, ‘겉멋’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테스”, “-탈레스” 같은 이름의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재밋던 책도 갑자기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요즘에 좋은 책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철학에 보다 손쉽게 다가가기 좋은 책들이 참 많아 진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철학책이라기보단 기행문에 가까운 일종의 여행 가이드 같은 책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다른 책과 달리 일종의 철학적 처방전 같다. 인생을 크게 세개의 시기로 나눠본다면 인간으로서 해야하는 기초적인 활동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기, 사회와 연결이 되면서 다양한 것들과 관계를 짓는 청(장)년기,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 마무리를 짓는 노년기로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인생의 각 시기에 맞는 적절한 처방약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놓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에릭 와이너와 함께 세계 각지에 있었던 철학자들의 집으로 떠나 그들이 살아 숨쉬었던 공간 속에서 잠겼던 사색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르쿠스처럼 침대에서 나와, 소크라테스 처럼 궁금해 하고, 루소 처럼 걸어다니며, 소로 처럼 보고, 쇼펜하우어처럼 듣는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철학이 어떻게 나의 삶을 도와 줄 수 있는지 초심자도 길을 잃지 않도록 세밀하게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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