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1.0 이하로 내려간 요즘, 나 또한 아이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아이를 무척이나 좋아해, 지나가는 아이를 보면 꼬박꼬박 인사하며 친근해지고 싶어 하였다. 그럼에도 내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의 아내인 여자 친구와 결혼하였고, 아이 또한 갖게 되었다. 내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은 옆집 꼬맹이에게 인사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 뒤에는 아이 부모님들의 수많은 노력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갓난아이일 때는 먹고 자고 싸는 것 모두 부모의 책임이었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첫 번째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에서 이런 말을 한다.
너한테 무슨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이러는건 아니야.
어린애를 키우는 아무 부모나 붙잡고 물어봐라.
처음 1년은 어휴, 사는 게 온통 응가 위주로 돌아가거든.
아마 아이를 낳기 전이었으면 과장 섞인 푸념이라고 생각하였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3년이 넘도록 아들과 뒤치락거리면서 몸소 경험해보니 그것은 오히려 과소평가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첫 1년만 힘들고 그 다음은 만만하냐고 물어본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내가 어렸을 적을 생각 한다면, 아마도 나이를 한참 먹어도 골칫거리 아들인 것은 똑같을 것 같다.) 그다음은 또 다른 고난들이 펼쳐져 있다. 이제 막 뗀 걸음마를 혼자 걷고 싶다고 차도 한가운데서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이제 간신히 하나, 둘, 셋 정도를 말하면서 현관 비밀번호를 어떻게든 눌러보고 싶다며 문 앞에서 한참을 신경질 부리기도 한다. "밥 먹기 싫다", "씻기 싫다", "잠자기 싫다", "어린이집 가기 싫다." 마치 싫어증에 걸린 것처럼 아이는 끝도 없이 "싫어"를 반복하기도 한다.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한참 지쳐가고 있는 시기에 엄마에게 받은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아이에 대한 소중한 감정들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빠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든 생각이나 에피소드들을 시니컬 하지만,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썼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수많은 힘들었던 순간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도 얻었다.
새벽 5시 반에 잠에서 깨려는 아이의 기척을 느낀 그 심정을 묘사하는 글이나, 아이와 함께 공유하는 취미를 갖고 싶어하는 아빠의 속마음, 정신없는 상황에서의 초보 아빠의 사소한(?) 실수를 자책하는 글 등등, 마음에 드는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면, 아마 불법 복제로 문제가 될 것 같아 딱 3개의 페이지만 소개해 본다. 특히 새벽에 깬 아이에 대한 글이 하나 더 있는데, 아이와 씨름하는 상황과 프레드릭 배크만의 생각 하나하나가 어찌나 내가 해온 생각과 비슷한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는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아이가 어느 정도 어리다면, 앞으로 나에게 발생할 문제(?)를 대비하기에 아주 좋은 경험담이 될 것이다. 또한 아이가 이미 커버린 이후라면,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가 참 좋았지'라는 생각에 잠기기 좋을 것 같다.
어떤 연애소설보다도 절절한 사랑이 뭍어 나오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를 읽는 동안 뭉클한 순간이 참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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