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항상 어려운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특히 회의자료 같은 것을 만들 때, 마구자비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머릿속에 갖혀 10%도 채 표현되지 못하고 간신히 구색만 맞춘 자료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부족한 자료들은 어떻게 해서든 말로 채워넣어 다른 사람들을 납득은 시키지만,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뭔가 아기자기한 그림과 눈을 사로잡는 제목이 구보타 아사미 작가의 <처음 배우는 그래픽 레코딩>을 구매하게 만들었다. 비주얼 씽킹, 이야기 기록, 처음 배우는, 그래픽 레코딩.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비주얼 씽킹으로 이야기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비주얼 씽킹이라는 것을 그대로 번역하면 시각적인 생각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생각이나 이야기 자체를 그림을 통해 기록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마저 0점에 가까운 실기점수를 갖고 있던 나에겐 크나큰 도전이었지만 "못그려도 용서되는 그래픽 레코딩"이라는 말을 책 속에서 읽고 용기를 내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이론편과 실전편으로 나뉘어 진다. 이론편에서는 비주얼 씽킹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림 그리는 방법, 글씨를 쓰는 방법, 도식을 그리는 방법, 그리고 효율적인 디자인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준다. 특히 이 책에서 알려주는 팁들은 화려한 표현을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깨알같이 잘 그린 척 할 수 있게 해주는 팁이 많아서 좋았다. 단순하면서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사물을 그리는 법이나 사람 그리는 법 부터 시작해서 깔끔한 글씨를 쓰는 방법, 도식을 그리는 방법, 전체적인 디자인 하는 방법까지 효용성이 높은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가 아주 좋았다.
실전편에서는 앞서 이론편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적용을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려준다. 회의, 워크숍, 컨퍼런스와 같은 실제 그래픽 레코딩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준비단계, 기록 단계, 공유 단계로 나눠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의 구성이다. 효과적인 설명을 위해 다양한 그림들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읽어야 하는 글의 양이 줄어 2~3시간이면 뚝딱할 수 있는 가벼운 책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각 그림에 포함된 내용을 생각하며 읽거나, 첨부된 다양한 학습 자료들을 모두 보기 위해선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연습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상황에 따라 여러번 읽어보기도 좋은 책이다.
책에서 약간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그래픽 레코딩 방법이다. 특히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통해 그래픽 레코딩을 위한 기법들을 설명해주는 페이지가 있는데, 책의 내용을 압축하기 위해서인지 대부분 링크를 통해 유튜브로만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처음 그래픽 레코딩을 접하는 입장에서 한국어로 된 영상 자료가 많이 보이지 않았어서, 그림으로 간단하게나마 표현이 되어 있었으면 어떠했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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