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공대생이었던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하나 뽑으라면 미적분학도, 선형대수도, 5대 역학도, 확률 및 통계도, 수치해석도 아닌 실험과목이었다. 물론 실험 내용 자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실험 전/후로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문제였다. 실험 과정은 항상 3명에서 5명 사이의 인원이 한 조가 된다. 조교가 칠판 앞에서 오늘 할 실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고, 그 내용을 토대로 각 조는 이론과 실제 실험의 차이를 이해하며 어떻게 이론이 정립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항상 조원들의 실험을 이끄는 일종의 탐험 대장을 자처하며 같은 반의 아는 친구가 있으면 옆에 가서 알은 체를 할 정도로 나름의 내용을 빠삭하게 이해했었다. 하지만 늘 나의 보고서는 같은 조의 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