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육아] +895 아이의 생각

작삼심일 2021. 1. 3. 23:12

아이가 태어난지 벌써 895일이 되었다. 뒤늦은 육아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아이가 자람에 따라 다양하게 마주하게 되는 하나 하나의 상황들에서 너무나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장면글이 많아서이다.
이번에 꼭 남기고 싶은 부분은 잠잘 준비하기 직전 기묘한 냄새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거실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사이를 활용하여 막간 독서를 하고 있던 나는 묘한 냄새를 맡고 아이에게 눈를 돌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장난감을 꼭 끌어안은 아이의 모습. 똥쌌구나! 얼른 기저귀를 챙겨 오며 아이에게 “아빠가 기저귀 갈아줄까?”라고 물어보니 아이는 “밖에”를 연신 외치며 울음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영문 모를 “밖에”울음에 어리둥절하며 아이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몇번을 물어봐도 베란다를 가리키며 “밖에”를 외치며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고 우선 달래고자 베란다 밖에 숨어버리자 잠잠해지긴 커녕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렸다. 슬슬 나도 화가나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을 듣는데 지친 나는 아이의 바지를 내리고 기저귀를 벗겼다. 격렬한 울음에 거친 반항을 생각하며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을 하였지만, 아이는 그저 울기만 할 뿐 반항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의문이 커져만 가던 그때! 엉덩이를 씻기기 위해 화장실을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별안간 아이가 들고 있던 장난감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배와 잠수함 세트. 아! 물놀이를 하고 싶구나. 베란다 밖에 있던 간이 욕조가 생각났구나! “목욕하고 싶어?”라고 물어보자 “응”이라며 울먹이며 대답하는 아이였다.
정말 놀라웠다. 연말, 연초를 할머니네 집들을 전전하며 오랫만에 온 집에서 장난감 배를 보고, 똥을 갈아야 한다는 생각을 물놀이 하고싶다는 결론으로 이끌어내다니! 심지어 욕조가 어디에 있는지 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마침 읽고 있는 책에서도 ‘논리적으로 생각하기’에 대해서 논하고 있던 터라 아이의 논리성에 크게 감탄했다!

728x90
반응형